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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다. 어떤 것도 발에 닿지 않는다. 주위에는 구름, 그리고 간간히 날개를 젓는 새뿐이다. 지금 이 말을 누군가가 듣는다면 필경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오?" 라던가 "그런 거짓은 입에 올리지 않는게 좋을 것이오." , "하느님은 인간에게 날개를 주지 않았다오." 라고. 하지만 난 지금 분명 하늘을 날고 있다. 우리 주님의 영역인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내 몸 주위에서 "쑤우우웅" 이라는 소리가 난다. 이는 두 물체가 부딪혀 나는 소리일터, 필경 내 몸 주위에는 뭔가가 있다. 하지만, 난 그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보이지도 않고 맛도 없으니 필경 이것은 주님의 은총이라고 하면 가장 마음이 편하리라. 다만 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것이 스승이신 파라켈수스(주1)님이 말씀하신 3원소, 즉 소금, 황, 수은의 어떠한 성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님이 7일에 걸쳐 이세상을 만드시고 인간을 내실때 썼다는 그 3가지 신성한 원소들의 느낌이 있지 않다.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는 의사이며 연금술사이신 파라켈수스님이 거짓을 말할 리는 없을 것이다. 허나, 난 이곳에서 -이곳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것이다. 이 하늘은 땅 위처럼 어디라는 표지도 없으며, 경계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늘의 이 부분을 표현하기에는 이곳만큼 훌륭한 표현은 없다. - 수은의 움직임도 황 특유의 냄새도 소금의 어떠한 맛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호, 이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물론 파라켈수스님도 세상 만물이 3원소로 이뤄진 것을 설명할 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세상을 이루는 것이 소금과 수은, 황으로 이뤄졌다고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너희는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인체에서 소금의 짠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수은의 느낌과 황의 냄새를 찾을 수 없다. 이것만은 스승님이 틀린 것이다.' 라고 말이다. 허나, 소금과 수은, 황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한다면 세상 그 무엇도 만들 수 있다. 내가 그 예를 보여주리라." 그리고 스승님은 소금과 수은, 황 - 틀림없는 소금과 수은, 황이었다. 다른 것은 단 한톨도 없었음을 난 우리 주를 걸고 맹세할 수 있다. - 으로 금을 만드셨다. 금이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것, 훌륭한 것, 세상의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순수한 것. 그리하여 금이 우리의 화폐가 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설령 이것이 수은과 소금과 황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 내 위에 있는 그 것에게서 무게를 느낄 수 없다. 금에서도 존재했던 소금과 수은과 황의 중량(重量)은 어디로 간 것인가. 아, 이것을 어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것이 그리스 철학자 아낙시메네스가 말한 '공기'라는 것인가. 공기 - 말 그대로 비어있는 기운, 무색 투명한 기체라는 것이 세상을 구성한다고? 그것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믿겨지지 않는 마당에 그의 이론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거짓으로 판명되었던 멍청이 탈레스의 '물'인가. 아, 스승님. 대체 이것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스승님! 시간이 흐르고 있고 난 이것의 정체를 빨리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가진 시간은 얼마 없다. (허나, 나의 지혜로는 이것의 정체를 알 수 없음이리라.) 이것을 빨리 파라켈수스님에게 알려야 한다. 언젠가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 하늘을 덮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아낸 위대한 연금술사 파라켈수스와 그의 제자 아...... - 1527년 7월 3일 피사의 탑에서 떨어진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파라켈수스라는 이름만 불렀으며, 떨어진지 10여분만에 죽고 말았다. 그의 신상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 <피사연대기> 중 # by 와이티 | 2006/01/27 20:27 | 트랙백 | 덧글(0)
우리 회사 오차장은 개다. 개라는 단어에는 강어귀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윷놀이에서, 윷짝이 두 개는 엎어지고, 두 개는 잦혀진 경우, 갯과의 동물, ‘참 것이 아닌’, ‘좋은 것이 아닌’, ‘함부로 된’ 등의 뜻 등 국어사전 상 여러가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오차장을 지칭할 때는 꼭 갯과 동물인 개를 의미한다. 이 글을 쓰면서도 오개(오차장 개새끼의 준말. 앞으로 오차장을 지칭할 때는 오개라고 표기한다.)한테 개라는 말을 쓰면서도 참 개라는 동물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고, 앞으로도 계속 미안한 마음이 가득할 것같다. 원, 회사 앞에서부터 전국개권위원회 앞까지 삼보일배를 해야 되는 건 아닌지...... 휴우.
오개은 참 여러 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뛰어난 개다. 였다라는 표현을 쓸 수 없는 건 그가 아직도 개의 본성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다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더라도 쓸 수 밖에 없다. 만화책을 볼 때 개가 떼거지로 등장하는 개만화(개만화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더라도)를 볼라치면 온화하고 만능인 대장개에게 덤비는 흉폭하고 싸가지 없는 음흉한 투견 정도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그런 개인 것이다. 술 마실 때도 개요, 사람들에게 작업시킬 때도 개요, 집 얘기를 하는 것도 들어보면 영락없는 개다. 그래서 공장 사람들은 오개를 공단에서 성질머리가 제일 더럽다고 해서 최오견(最汚犬)이라고 하고, 생각 이상으로 개같다 하여 상상견(想上犬)이라고도 했다. 여튼간에 확실한 건 오개가 개라는 것이다. 한 번은 회식이 있던 날이었다. 간만에 목에 있는 떼를 벗기는 그런 자리였다. 아구보다 콩나물 떼가리가 훨씬 많은 아구찜과 국물뿐인 매운탕으로 목구멍의 때를 딱 벗길 찰라였다. 술 한 번이 돌았을 때, 오개가 갑자기 가라오케에 온 마냥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나불거렸다. "내 몸 좀 봐라. 이게 어디 그냥 펜대나 굴리고 앉아서 생길 몸이냐고. 응?" `응?`이라는 표현에 속이 썩을 것같았지만, 펜대 굴려도 생길 수 있는 몸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회사 다니기가 조금 곤란해지니 참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매번 설날마다 내가 아주 죽겠수. 내가 손을 깨끗히 씻었는데도 이놈들이 150명이나 와서 세배를 해대고 있으니. 내가 이놈들을 불러서 타일렀수. 야들아, 야 이제 여기 와서 세배한다고 와싸면 나한테 죽는다. 알것냐? 그러니까 이번 설에는 안 오더라구. 허허허허허허허." 술을 몇 잔이나 마셨다고 그러는건지. 나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개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앙케이트 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설명1). 은밀히 진행된 이 조사에 의하면 어찌 됐건간에 개이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는 설이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무튼 그의 말 하나 때문에 술판 분위기는 수박통 깨지듯 박살이 나버렸고, 사람들은 모두 그가 말한 '야들'처럼 세배하는 듯 조용히 무릎을 꿇고 술을 마시다 `야들`처럼 집에 슬그머니 집에 돌아가고 말았다. 듣자하니 오개는 그 후 가라오케에 놀러가 개처럼 마시다가 소란을 견디지 못 한 주인의 신고로 경찰서에 조금 신세를 졌다고 한다. 우리 회사에는 회사의 지침이 대문짝하게 붙어있다. 오개가 손수 붙인 것이라고 한다. "enjoy work, 즐겁게 일하자." 참, 내가 원체 짧은 영어니 뭐라고 할 수도 없지만, 진짜 맞는 영어인지 알 수가 없다. 오개가 명문이라고 사원들에게 외우라고 했던 글을 볼라치면 말이다. -회사의 낭비- 1. 사원들의 지각이 만다. 2. 사원들이 쉬는 시간을 맞추지 안는다. 3. 자재의 준비가 재대로 되어 있지 안다. 내 기억력이 저주를 받은건지 아니면 오개의 마수에 놀아난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소소한 항목밖에 기억나는 것이 천추의 한이다. 이런 항목이 십여가지를 가볍게 뛰어넘어 25번인가 26번인가 되니 참...... 이 또한 오차장 몰래 진행되었던 앙케이트에 의해면 42표의 지지를 얻은 `개라서 맞춤법을 제대로 모른다`가 가장 유력했다.[참고로 우리회사에는 50명의 사원들이 다닌다.) 아쉬워할 필요 없이 1위와 큰 차이로 2위를 차지한 대답은 "술 먹고 개가 된 뒤에 썼기 때문에(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을 온건파(설명2)라고 부른다.]"였다. 술 먹고 개가 되느냐, 술을 안 먹고 개가 되느냐는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참으로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남북분단보다 더 심한 갈등이 회사 내에 생겼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설문조사의 기타 대답으로는 깡패였기 때문에, 한글을 몰라 아들한테 써달라고 했기 때문에 등이 있었다. 오차장은 이렇게 회사 곳곳에 자신의 자취와 전설 들을 남겼다. 마치 개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전봇대에 실례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차장의 전설은 길이길이 우리 회사에 남을 것이다. 말이 끊길 지경이라면 오차장의 전설을 기리는 비석이라도 새겨서 남길 것이요, 비석이 풍화될 지경이라면 오연위(오차장 연구 위원회)의 후손들이 역사검증에 나설 것임을 나는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 (설명1)우리 회사에는 앙케이트가 잦다. 회사에서 조사를 위해서 하는 정식 앙케이트도 있지만 주로 회사원들끼리 비밀리에 진행하는 앙케이트가 더 많다. 비밀리에 진행되는 앙케이트는 주로 오개의 행동에 대한 분석을 위한 것들이다. (설명2)우리 회사 사원들은 크게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다. 이러한 분류 또한 온건파에서 우리를 일방적으로 강경파라고 불러서 생긴 것이긴 하지만. 강경파는 강경하게 오차장이 본성이 개임을 주장하는 학파로서 사장에서부터 신입사원까지 그 지지층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강경파의 대표적인 인물은 김주임과 박대리가 있으며, 지금도 그 학설의 지당함이란 수학에서 2 곱하기 1은 2와 같은 급이다. 반면 온건파는 오차장이 술을 마셨을 때만 개가 된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 학파이다. 온건파의 대표적인 사람은 바로 오대리인데 오차장의 친척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 파의 학설은 주로 오차장이 술을 마셨을 때와 평소 때의 모습을 비교함으로써 논리성을 확보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술 마셨을 때와 평소가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큰 호응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주로 진급을 노리는 주임, 과장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 by 와이티 | 2005/12/10 21:09 | 트랙백 | 덧글(0)
어쩌면 노르웨이의 숲에서 온 나무였었는지도 모릅니다. 노르웨이의 나무일지도 모르는 나무는 유한킴벌리에서 아주 커다랗고 돌돌말린 펄프가 되고 말았습니다.
노르웨이의 나무일지도 모르는 나무였었던, 아주 커다랗고 돌돌말린 펄프는 조금 후에 조그맣게 잘렸습니다. 방금과 비교도 안될 만큼 조그맣게 잘렸습니다. 노르웨이의 나무일지도 모르는 나무였었던, 아주 커다랗고 돌돌말린 펄프였던 한 장의 종이가 앞에 있습니다. 흰 종이입니다. 아주 흰 종이입니다. 세상의 모든 흰색이 부러워 할 만큼 흰색이지요. # by 와이티 | 2005/12/10 21:07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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